BIFF

부산영화제는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.

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영화 좋아해서 동아리 가입한 삐약이 신입생때 ’가자 가자!’ 는 선배님들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던 그때부터 지금까지. 나는 참말 부산이 좋다.

단지 영화만을 목적으로 서울부터 부산까지 밤새도록 기차타고 그 많은 사람이 오는것도, 좀비꼴을 하고 차가운 길바닥에서 밤새며 표를 구하려 줄을 서는것도, 반짝반짝 축제의 낭만이 있던 그 거리도, 술마시며 영화부터 시작해서 이 얘기 저 얘기 나누던 해운대의 밤바다도. 그 모든것들과 나는 사랑에라도 빠진 기분이다.

인터넷 예매가 시작되기 일주일쯤 전부터 나는 부산을 생각한다. 기대가 큰 만큼 언제나 약간의 실망이 따르기는 했지만….

올해로 16번째, 나는 5번째. 어땠냐고 물으시면.

piff 에서 biff로 이름이 바꼈고 (제 이름을 찾았고), 그 이름도 웅장한 영화의 전당 (영화제 전용관)이 생겼으며, 남포동에서는 더이상 상영을 하지 않았다. 이것이 큰 변화.

소소하게 나에게 생긴 변화라면 함께 오고 싶었던 사람과 함께여서 즐거웠고, 영화를 하루에 3~4편씩 빼곡히 채워 봐야겠다는 욕심이 많이 줄어들었고, 프로그래머의 낚시질에 파닥파닥 걸려들지 않는 요령을 제대로 익혔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고, 여전히 바다가 주는 낭만에는 너무도 쉽사리 취해버렸다.    

영화에 관해서는 대체로 ok였으며, (부산에서의 전적으로 볼때 이건 정말 놀라운 발전) 그 밖에영화의 전당 앞에선 굉장히 운이 따라주어서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의 싸인 책을 받을 수 있었고-바로 우리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책이 모자란 관계로 더 이상 싸인을 받을 수 없었다- 같은 자리에서 평일 한산한 틈에 무료 증정행사를 하는 책을 (비록 짐은 천근만근 무거워 졌으나) 또 받았고, 해운대에서 시간을 때우는 동안 내가 기다렸던 고비드대신 (어헝ㅠㅠ) 함께 간 이가 기다렸던 송혜교를 보기도 했고, 작정하고 기다려 금성무와 탕웨이를 보기도 했으나 뭐 tv든 스크린이든 크고 편하게 볼 수 있는데,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늙었구나를 실감하는 계기만 되었다.

몇편의 영화와, 왁자지껄한 축제의 분위기에 취해 꿈결처럼 지나간 2박 3일.

이 놈의 예매는 맨날 몇초면 끝나고, 뭐 그리도 먼데서 하는지 몇시간씩 버스를 타야하고, gv는 심심하면 취소되고, 자봉들 아는게 뭐야 대체 에라이! 하고 투덜투덜 해도 나는 내년 이맘때쯤이면 분명 또 그 곳에 있을 것이다. 그 만큼 좋다. 부산 국제 영화제

  1. gayanggayang posted this